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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NEXT 금융, 블록체인 이코노미

GOPAX|CEO Message

by streami 2020. 4. 23.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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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NEXT 금융, 블록체인 이코노미

신뢰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가상자산 거래소 스트리미(Streami) 이준행 대표 인터뷰

 

본 내용은 2018년 1월 리디북스(블록체인 X 비트코인 인사이트2)에 게재된 인터뷰 내용입니다.

 

연일 뉴스에 가상자산 투자 열풍이 오르내린다. 언론의 논조는 대부분 부정적이다. 하지만 석학들과 스타트업 기업가들은 가상자산 자체보다 블록체인이 내포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블록체인의 기술적 특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거래 데이터를 현행과 같이 중앙 DB 시스템에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에 참여한 모든 PC가 공유하기 때문에, 해킹이나 변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배경지식이 없는 이들은 이게 뭐 그렇게 대단한 건가 싶을 것이다. 하지만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이 그랬듯, 이 블록체인 기술이 기존 산업 전반을 뒤바꿔 놓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나아가 사회, 문화, 심지어 정치적으로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하는 석학들도 있다. 블록체인이 IT 기술의 진보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의 시대적 담론을 제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준행 대표는 블록체인 기반의 핀테크 스타트업, 스트리미의 설립자다. 신한은행의 핀테크 협업 프로그램인 ‘퓨처스 랩’ 1기 기업으로 참여해 외환송금 서비스 ‘스트림 와이어 Stream Wire’를 개발했고, 자체 기술력으로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를 설립하여 운영 중에 있다. 하버드 역사학과를 졸업해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를 거쳐 홍콩의 사모펀드에 투신하기도 했던 그는, 자신만의 비즈니스 아이템으로 블록체인을 선택했다. 이준행 대표에게 블록체인의 가능성과 철학, 그리고 사업 전략까지 두루 들어보았다.

 

"비즈니스로서의 블록체인"

 

#스트리미를 창업하기 이전엔 어떤 일들을 하셨나요?

처음에는 사업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웃음) 대학교 졸업 후에 맥킨지에서 컨설턴트로 일했어요. 그러다가 개인적인 일로 휴직을 하게 됐는데, 홍콩의 사모펀드에서 일하던 친구가 연락을 해오더라고요. 제가 맥킨지에서 배웠던 것, 한국에서 다 실현해 볼 수 있게 해 줄 테니 조인하라더군요. (웃음) 솔깃해서 합류하게 됐죠.

 

#금융 쪽에서 일하셨군요.

네. 아시다시피 사모펀드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성장할 법한 회사를 선별해 투자하고 운용하는 일을 합니다. 저는 그 사모펀드가 투자한 한국의 회사들을 관리하고 가치 개선하는 일을 하게 됐어요. 첫 1년 동안은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그런데 그 회사들을 근본적으로 성장시키는 것은 구조적으로 어렵더라고요. 오너들은 투자한 회사들의 성장이 아니라 현금흐름에 더 관심이 있거든요. 금융업이 재미는 있었지만 모럴해저드(Moral hazard, 도덕적 해이)가 생기기에 너무도 좋은 환경이었어요. 오래 있으면 안 되겠다 싶었죠. 연봉은 나쁘지 않았지만, 역할 갈등이 심했어요. 사모펀드 측에서 주문하는 것과 제가 직접 부딪치는 회사가 원하는 것이 많이 달랐거든요. 자본은 빠르지만 노동력은 느리니까요. 양측 모두 이해는 됐지만, 제 뜻을 펼쳐보기는 어려웠어요. 이럴 거면 내가 직접 사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되었죠.

 

#컨설팅과 금융업을 거쳐, 왜 하필 블록체인이었나요?

사업을 하려면 공부를 해야 하잖아요? 이런저런 시장을 둘러 보고 다녔죠. 그 와중에 깨달은 게 있었어요. 아이템이 좋고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은 대기업이 하는 게 맞는다는 거였어요. 스타트업이 들어가서 어찌해볼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에요. (웃음) 한번 해볼 만하지만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 같은 시장은 오퍼레이션 경쟁이 너무나도 치열해요. 제가 휴직 기간에 잠시 가족이 운영하던 레스토랑을 경영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느낀 것이 요리사분들, 직원분들이 굉장히 고생하시거든요. 급여를 더 드리고 싶은데 그러기가 힘들어요. 좀 잘 된다 싶으면 옆집에서 소셜커머스로 쿠폰을 뿌리니, 갈수록 운영이 빠듯해지더라고요. 결국 남은 건 불확실한 시장이었어요.

 

그 즈음이었어요, 비트코인을 만난 게. (웃음) 들어보니까 중간에서 유통하고 시장을 통제하는 제3자 없이 개인과 개인을 직접 연결해 주는 거래요. 그렇게만 된다면 제가 고민했던 금융 산업이 가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은행 같은 중간자가 끼면서 도덕적 해이도 발생하는 거니까요. 저는 역사학을 전공한 사람이라 블록체인의 기술적 알고리즘들은 따로 공부해야 했는데, 현재 저희 CTO 이자 제 고등학교 후배이기도 한 친구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이 친구는 스탠포드에서 학사, 석사를 하고, 구글에서도 일했던 경험이 있었죠. 당시 한국에서 병역 특례로 군 복무 중이었으니 저에게는 과외 선생님이자 잠재적인 사업 파트너이기도 했죠. (웃음) 그 친구와 함께 공부하고, 관련 콘퍼런스에도 참여하고,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다녔어요. 블록체인이 말하는 것들은 너무나도 과감해 보이는데, 공부를 해 보니 이론적으로 구현이 가능해 보이더라고요. 들으면 들을수록 설레더라고요. 미래를 바꿀 거대한 흐름이라는 확신이 생겼고, 당시 다니던 회사에 퇴사 의향을 밝혔습니다. (웃음)

 

#첫 시작은 거래소가 아니라 송금 솔루션이었는데요.

일단 투자를 받아야 했어요. 당시 신한은행에 ‘퓨처스 랩’이라고 엑셀러레이터(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여기에 들어가려면 비즈니스 모델이 있어야 했는데, 거래소 모델은 이미 한바탕 펀드레이징이 지나간 시점이었거든요. 지금도 활발한 몇몇 거래소들이 이미 주요 기금 투자를 유치한 상황이었죠. 다른 제목이 있어야 했어요. 거기서 생각했던 게 송금 모델이었어요.

 

비트코인은 송금 모델 자체가 참 재미있어요. 결국 비트코인을 샀다가 파는 과정을 거쳐야 하거든요. 예를 들어 짐바브웨에 돈을 보내고 싶다면, 일단 한국 원화로 비트코인을 산 다음에, 그 비트코인을 짐바브웨 돈으로 거래하고 싶은 사람을 찾아야 돼요. 송금 모델은 이 둘을 연결해 준 다음, 이걸 하나의 세트로 금융 쪽 라이선스를 가진 업체들에 토스해주는 구조예요. 결국 비트코인을 사고파는 트레이딩 모델인 거죠.

 

이 송금 모델로 신한은행에서 핀테크 분야 스타트업 투자를 받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세계 최초로 제1금융권 기준에 부합시킨 블록체인 기반 해외 송금 솔루션인 ‘스트림 와이어’ 개발에 성공했어요. 합법적이니 상용화도 문제없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어요. 정무적인 이슈들이 있었죠. 이걸 실제로 은행 시스템에 적용하려면, 기획재정부의 유권 해석을 받아오라고 하더라고요. 기획재정부의 입장은 “법적으로 어긋나는 게 없으니 해라, 하지만 유권 해석은 못해주겠다.”라는 거였어요. 아무래도 ‘비트코인’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니 그랬을 거 같아요. 은행 내에서도 핀테크 부서에서는 사업을 해야 하지만, 외환사업 부서나 리스크 관리 부서 쪽에서는 블록체인 송금 모델에 부정적이었고요. 그 과정에서 참 많이 배웠어요. 진척되는 건 없고, 일은 늘어졌죠. 뭔가 다른 돌파구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거래소를 만들게 되었나요?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가상자산 송금 모델이 상용화되는 건 쉽지 않겠구나 싶었어요. 되면 좋지만, 마냥 맥없이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다른 길을 찾아야 했어요. 저희가 만든 송금 모델이 홍콩에서 라이선스를 갖고 있었거든요. 이걸 국내 은행 말고 홍콩에 있는 외국 금융 업체에 붙이려는 노력을 해보기로 했죠. 그런데 그때 홍콩의 가상자산 거래소 두 곳에 해킹 사건이 터졌어요. 너무 놀랐죠. 저희 사업이 홍콩 의존도가 상당히 높았거든요. 송금 모델이 상용화되어도 거래소 자체가 해킹에 취약하다면, 저희에게 치명적인 리스크이니까요. 자체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거래소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존 거래소 중에 지분 투자를 할 곳이 없는지 알아봤어요. 그런데 지분 투자라는 것도 저희가 자유롭게 경영에 관여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어요. 고민 끝에 직접 해보기로 결심했죠. 블록체인 송금 모델로 비즈니스를 하는 이상 거래소는 필요한 것이고, 이를 만들 수 있는 기술도 있으니까요. 그게 2016년 8월이에요. 그리고 2017년 11월, 드디어 저희 스트리미가 설립한 거래소, 고팍스www.gopax.co.kr가 문을 열었죠.

 

#다른 거래소들보다 오픈이 늦어진 감이 있는데요.

처음에는 거래소를 오픈하는 것에 직원들의 반발이 강했어요. 저희가 모두 개성도 강하고, 자기 생각도 확실한데요. (웃음) 감정적인 저항이 컸죠. 그때까지 해왔던 송금 모델과 달리 거래소 비즈니스는 고객들이 리스크를 가져가는 모델이고, 또 투기 수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저변에 깔려있으니까요. 어렵게 직원들을 설득을 해서 2016년 10월부터 구축에 들어갔죠. 그때는 늦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제가 이쪽 산업이 나아가는 방향성은 꽤나 맞게 예측했거든요. 그런데 시점을 틀렸어요. (웃음) 너무 빨랐어요. 적어도 2018년, 2019년은 되어야지 가상자산에 대한 본격적인 분위기가 일어날 거라고 봤는데, 아시다시피 2017년에 터져버렸죠. (웃음) 게다가 원래는 거래소 시스템 일부는 외주를 줘서 구축하려고 했어요. 그렇게 하면 일단 빨리 개발을 마치고 시장에 내놓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기술 부채를 지면 나중에 독이 될 거 같더라고요. 결국 비용도, 시간도 훨씬 더 써 가면서 자체적으로 개발하게 됐어요.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구축에만 1년 1개월이 걸렸죠. 결과적으로 후발주자가 됐습니다. (웃음)

 

#고팍스에는 상장된 코인이 4개밖에 없습니다. 더 많은 코인을 소개해야 하지 않을까요?

 

거래소를 하기로 결심했을 때 만든 원칙이 있어요. 솔직히 단기적으로 가격이 오를 코인인지, 떨어질 코인인지는 저도 장담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이 코인이 투자할 만한지 아닌지는 가늠해볼 수 있죠. 제가 코인을 평가할 때는 세 가지 기준이 있어요. 첫째, 코인이 유통될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철학, 둘째, 이 철학을 백업해 줄 수 있는 인센티브 시스템, 셋째, 프로젝트 자체의 효용성이죠.

 

토큰 이코노미에는 사람들이 참여할 만한 확실한 철학이 있어야 해요. 오너 그룹이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것처럼 보이면 어느 누가 따라가겠어요? 토큰 이코노미의 발전은 여러 사람들의 집단지성으로 이루어지는데, 철학적으로 가치가 없다면 수준 있는 개발자들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 않을 거예요.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 SMTP 프로토콜이나 TCP/IP가 만들어지고 활성화될 수 있었던 이유는, 좋은 목적에 동의한 사람들의 자발적인 공헌 덕분이잖아요? 블록체인에는 이러한 노력에 코인이라는 인센티브까지 주어지니 발전 속도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는 거고요.

 

예를 들어 채굴(mining) 과정에 변화를 준 코인들도 있어요. 비트코인 같은 경우는 채굴을 하기 위해 굉장한 전력이 소진되잖아요? 채굴 자체가 어떠한 사회적으로 생산적인 행위는 아니란 거죠. 그래서 좀 더 생산적인 방식으로 코인을 채굴할 수 있도록 하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어요. 일정 발행량 이상을 이미 채굴 해놓고 유통한 곳들도 있고요. 이런 게 개발팀 고유의 철학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죠.

 

철학이 있다면,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기술력도 좋아야 해요. 블록체인은 오픈 소스잖아요. 공개된 코드가 허술해 보이면 실력 있는 개발자들이 흥미를 갖지 않겠죠. 비트코인도, 이더리움도 코어 개발자들의 실력이 훌륭했기 때문에 이렇게 유명해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코인 프로젝트 자체가 유용해야 돼요. 비트코인만 봐도 ‘가치 저장(store of value)’이라는 훌륭한 유용성이 있죠. 문화적으로도 훌륭한 메시지를 가졌고요. 현행 금융 시스템은 소수에 의해 통제되는데 비트코인은 참여하는 모두가 동일한 장부를 소유하는 구조니까, 비트코인은 존재 자체로 현재 금융 산업의 모순을 풍자하는 셈이거든요.

 

고팍스에 상장된 코인들은 이와 같은 저희의 평가 기준을 통과한 코인들이에요. 물론 저 기준을 충족하는 다른 코인들도 있을 거예요. 저희는 그렇게 코인을 검증해가면서 신중히 상장시키려고 해요. 그게 사람들에게 저희 거래소가 줄 수 있는 가치라고 생각해요.

 

"블록체인의 사회적 가치"

 

#탈중앙화를 추구하는 블록체인이 분배의 문제를 해결할 거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글쎄요. 저는 회의적이에요. 하지만 견제와 감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현행 시스템보다는 분명히 진보적이죠. 민심을 잃은 네트워크는 참여자들이 떠나면서 도태될 것이고, 여차하면 기존의 블록체인을 복사해서 따로 떨어져 나올 수도 있으니까요. 전혀 새로운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계속해서 생겨나기도 하고요.

 

옛날 중세 영주들은 자기 영토 안에 사는 사람들을 재산처럼 소유했잖아요? 현재 자본주의에서는 그렇지 않죠. 시간과 노동력을 팔아야 하지만, 적어도 누군가의 소유물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블록체인 패러다임에서는 누군가가 시키는 노동을 타율적으로 수행하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특정 네트워크에 참여해서 공헌하는 시스템이에요. 실제로 분배 자체가 얼마나 평등해질지는 의문이지만, 적어도 중세 왕정시대가 지나고 자본주의가 도래하면서 개인의 자유가 증진되었듯이, 앞으로 블록체인이 만들어갈 세상에서도 그러한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블록체인이 거간꾼, 즉 중개자들을 없애 줄 거라고 하지만 그들이 완전하게 사라지지는 않을 거라고 봐요. 가상자산 거래소만 하더라도 중개자니까요. 무언가 존재한다는 건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거거든요. 단, 전처럼 중요한 정보를 감추고 폭리를 취하거나 하지는 못하죠. 열려있으니 투명하고,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는 생태계이니, 합리적인 원칙이 없으면 무너져 버려요.

 

분명히 블록체인은 중개자가 차지하는 몫이 줄어들고 주도권을 가진 사람들이 견제를 받는 시스템이지만, 이게 분배 문제 해결로 직결될 것 같진 않아요. 일단 블록체인의 철학은 공평한 분배를 외치는 사민주의가 아니라 중앙집권적 권위를 거부하는 자유지상주의니까요. 블록체인 플랫폼은 개인의 권리를 무한 존중해 주자는 거지, 참여자 모두에게 동일한 몫을 나눠주자는 것은 아니에요. 그래서 저는 블록체인이 실제로 분배 자체를 얼마나 평등하게 이뤄지게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답할 수 없다고 봐요.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로 인해 사회적 분배에 대한 관점이나 기존 자본주의 체제에 패러다임의 변화는 생길 것 같아요. 설레는 일이죠. 다수의 참여를 유도해야 하니 분배를 무시할 수 없고, 분배 중심적인 블록체인이 사회적 반향을 얻으면 얻을수록 가치가 높고 시장 지배력 있는 블록체인이 될 테니까요.

 

#블록체인은 자유를 추구하지만, 그게 꼭 공평한 분배를 약속하진 않는다는 거군요.

블록체인이 말하는 자유지상주의는 로버트 노직(Robert Nozick: 20세기 자유의지주의를 대표하는 철학자. 하버드 교수)이 말한 유토피아 같은 거예요. 어떤 권력자 없이 자발적으로 결사해서 커뮤니티들을 만들고 운영해나가는 세상. 커뮤니티들이 서로 견제하며 독점하지 못하게 하는 구조. 바야흐로 다원화된 디지털 경제 공동체들의 출범인 거죠. 그래서 저는 블록체인의 핵심은 분배보다 ‘소유’에 있다고 봐요. 자유주의가 주장하는 건 “내 인생의 주인은 나, 그래서 책임을 지는 것도 나”라는 거잖아요? 블록체인도 똑같아요. 지금은 내가 나라는 걸 증명하려면 주민센터에 가야 돼요. 나를 증명하는 주체가 내가 아니라 행정안전부, 즉 국가라는 거죠. 내 돈도 국가가 통제하는 중앙은행에서 발행량을 조정하며 가치를 결정하고 있고요. 내 사진도 SNS가 통제하는 서버에 올라가 있어요.

 

블록체인은 이와 반대죠. 내 정보는 프라이빗키를 소유한 내가 통제하겠다는 거예요. 이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인 거버넌스(governance: 통치 시스템)를 만든 하나의 네트워크가 블록체인이라는 거죠. 저희가 선한 리더십이 되자고 결심한 이유도 자유지상주의 위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폐해를 방지해보자는, 블록체인으로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데에 있어요. 어차피 시대적 흐름이 블록체인의 철학인 자유를 향하고 있고, 이걸 돌이킬 수가 없다면 우리가 먼저 개척해서 더 좋은 사회적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요.

 

저는 집단지성이 끝내 선한 방향으로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믿어요. 물론 여러 부침이 있겠죠.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인류가 향해가고 있는 큰 지향점에 ‘자유’가 있다는 거예요. 프랑스 혁명만 봐도 그래요. 그 많은 피를 흘리고 왕을 끌어내렸지만 다시 나폴레옹을 옹립했잖아요? 하지만 자유를 향하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은 역사적으로 퇴보한 적이 없어요. 탈국가, 탈중앙, 탈권위로의 움직임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예요.

 

#블록체인 이코노미와 현행 경제 구조는 어떻게 다른가요?

블록체인에서 발행하는 대부분의 코인들은 렌트(rent)의 속성을 가지고 있어요. 비트코인 스페이스에서는 코인을 소유한 사람들이 그만큼의 지대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는 거죠. 맨 처음 진입한 사람들이 유리하다는 점에서 현재의 부동산과 비슷해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달라요. 비트코인 스페이스에서는 또 다른 비트코인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아무리 유명한 코인이라 해도 그 코어 그룹의 리더십이 부패하고 수익을 독점하려고 하면, 그 순간 사람들은 소스를 카피해서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어버릴 거예요. 오픈소스 시스템이니 가능한 일이죠.

결국 블록체인이 발행하는 코인은 금, 부동산, 채권, 주식 등을 잇는 새로운 자산군(Asset Class)이라고 할 수 있어요. 디지털 이코노미가 본격적으로 구현되기 시작하면, 증권이 처음 나왔을 때만큼이나 큰 변화가 일어날 겁니다.

 

"앞으로의 숙제"

 

#앞으로 코인 투자는 어떤 기준으로 해야 할까요?

요새 코인 투자가 아주 활황이죠. 아쉬운 건, 코인을 상장하는 거래소도, 투자자들도 코인의 본질 가치와 배경을 보지 않아요. 이렇게 되면 투자가 아니라 카지노나 다름없어요. 저는 언젠가 이렇게 과열된 분위기는 가라앉을 거라고 봐요. 그때 지금의 이 많은 코인들이 다 유효할까요? 글쎄요. 몇 개 남아있지 않을 거예요.

 

결국 코인도 가치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블록체인 플랫폼은 사람들의 참여로 이루어지는데, 프로젝트에 비전이 없거나, 코인을 독점하려 하거나, 코어 개발자 그룹이 실력이 없는 네트워크는 오래갈 수가 없어요. 코인 열기가 식으면 자연스럽게 도태되겠죠. 아무도 안 찾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어떤 개발자들이 관심을 갖고 유지 보수에 참여하겠어요? 거래소든, 개발 그룹이든, 사회적 책임 없이 당장의 이익만 추구한다면 코인 비즈니스는 지속될 수 없는 것이죠.

 

#앞으로 고팍스의 전략은 무엇인가요?

첫째, 기술력 확보예요. 저희는 계속해서 유연하고 확장성이 좋은, 탄력적인 오더 서버를 클라우드에 올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현재 주목받는 건 코인 거래지만, 추후 코인 이코노미가 활성화되면, 시스템에 더 심한 과부하가 걸릴 거거든요. 거래소가 주는 사회적 가치는 가격 발견과 유동성이에요.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물량 공급과 쾌적한 사용자 환경 구축이 필수적이죠. 거래소는 이 두 가지를 기술적으로 뒷받침할 책임이 있어요. 그런데 거래량이 많다 보니 이게 쉽지는 않은 거 같아요. 유명 거래소도 서버가 다운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니까요. 물리적으로 서버를 증축하는 방법도 있지만, 저희는 처음부터 확장성을 고려해서 탄력적인 운영이 가능한 구조로 설계해 놨어요. 서버 이슈를 물리적으로 증축하기보다는 기술적 차원에서 해결한 거죠. (웃음) 구조도 복잡하고 보안 쪽도 신경을 써야 해서 초반에는 시간이 좀 들어갔지만, 장기적으로는 이 방향이 맞는다고 봐요.

 

둘째는, 자산의 안전한 예치예요. 이쪽은 저희가 고민이 필요해요. 지금은 고객 자산을 사실상 거래소가 예치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의무적으로 외부 기관에 별도로 예치해야 되거든요. 한국블록체인협회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원화 예치금은 100% 금융기관에, 가상자산 예치금은 거래소 소유량의 70% 이상을 거래소 네트워크와 완전히 분리된 오프라인 네트워크에 보관하도록 하는 안을 내놨어요. 거래소 운영사는 20억 원 이상의 자기자본도 보유해야 하고요. 자금이 없다면 가상자산 거래소를 운영하기 어려워진 거죠. 이러한 협회의 요구 사항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저희도 운영 효율성을 확실하게 높여야겠죠.

 

큰 틀에서 볼 때 저희의 전략은 명확해요. “고팍스에 상장된 코인들은 투자가치가있다, 스트리미에서 출시한 블록체인 솔루션들은 믿을 만하다” 라는 신뢰를 쌓는 거예요. 저희 회사의 모토 자체가 사회적 책임과 맞닿아있기도 하고요. 자유주의적인 블록체인 시대에서 선한 리더십이 되자는 거죠. 사내적으로는 모범적인 근로 공동체로, 블록체인 쪽에서는 단기적인 수익 보다 고객의 가치 중심으로, 그래서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회사, 그게 저희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이에요.

 

#거래소 이후의 플랜은 무엇일까요?

결국은 포털 서비스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인터넷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 각광받았던 서비스가 검색 엔진이에요. 정보의 바다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아내는 나침반 역할을 한 거죠. 블록체인 네트워크도 앞으로도 더욱 많아질 거고 다양해질 거예요. 코인 이코노미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네트워크가 어디에 있는지,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정보를 신속하고 편리한 방식으로 제공하는 창구가 되어 보고자 합니다.

 

#블록체인 비즈니스가 당면한 과제는 무엇인가요?

일단 기술적으로 풀어야 될 게 많아요. 저희도 계속해서 개선하고 있는 확장성 쪽만 하더라도 해결해야 할 이슈들이 많죠. 그보다 근본적인 건 “기존에 잘 돌아가던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을 버리고 갈아탈 만큼 블록체인이 매력적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확실한 답이 필요해요. 지금도 DB 시스템을 잘 쓰고 있거든요. 왜 굳이 DB 위에서 효율적이게 잘 돌아가는 걸 아직은 비효율적인 블록체인 위에 올려야 하느냐는 거죠. 하지만 저는 결국 이쪽, 블록체인으로 흐름이 넘어올 거라는 확신이 있어요.

 

첫째, 개인의 자유를 추구하는 분권화된 시스템이라는 거예요. 자유가 더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담보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한번 경험해 보면 다시 돌아가지 않을 거 같아요. 역사적으로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유를 추구해왔으니까요.

 

둘째, 기술 같은 도구적 차원의 문제들은 항상 엉뚱한 지점에서 해결되어 왔다는 거예요. 특정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용 솔루션이 나오는 게 아니라, 우연치 않게 전혀 다른 일에서 튀어나온 기술이 그 난제를 커버해 버리는 식이에요. 지금은 정보 공유 속도도 어마어마한 시대니 신기술이 나오면 시장에 바로 확산되기도 하고요. 블록체인이 당면해있는 확장성 이슈도 극복될 거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코인은 돈이 되니까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을 거고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있다면?

현 경제구조의 핵심 자산인 각종 증권이나 법정화폐는 이를 발행하는 주체들의 담보력이나 현금창출력이 가치를 결정지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재화의 양적인 생산과 확장에만 집중하게 되는 부작용이 있고, 또 그 발행자가 큰 권력을 갖고 있을 경우에는 견제가 쉽지 않아요.

 

하지만 블록체인이 만든 비트코인은 달라요. 누가 권력자가 되어도 견제할 수 있는 네트워크예요. 모두가 동일한 몫을 가지는 건 아니지만, 많이 소유한 그룹이 부당한 행위를 강요하면 사람들은 그 네트워크를 떠날 수 있어요. 사람이 없는 네트워크는 효용 가치가 없으니, 오너 그룹은 참여자들의 여론을 존중해야만 해요. 현재의 경제 구조 보다는 훨씬 민주적이죠. 즉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자유로운 개인들이 만들어가는 다원화된 디지털 경제 공동체라고 할 수 있어요. IT 기술이 이 멋진 철학을 현실에 구현하고 있는 거죠. 코인 투자는 정말 그 시작일 뿐이에요. 그 코인이 통용되는 사회가 곧 올 거예요. 당장의 차익 실현도 좋지만, 본질적으로 가치 있는 코인들에 투자하셨으면 좋겠어요. 저희 고팍스가 그런 코인을 선별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봐 주셨으면 하고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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