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내용은 2017년 2월 28일 이준행 대표가 스트리미 전사에 공유한 메일입니다.
이번 CEO Update에서는 비즈니스와 관련된 이야기가 아닌, “비트코인과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사회에 어떠한 의미를 갖는 것인가?”에 대한 저의 생각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비트코인/블록체인을 통한 금융의 혁신”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정말 귀가 닳도록 들은 듯합니다. 그러면 1. 이 사회에서의 금융의 본래 역할이 무엇이고, 2. 어떠한 문제점이 혁신이 되어야 하며, 3. 비트코인은 어떻게 혁신을 가져다주는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1. 금융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제가 규정하는 금융의 역할은 다음과 같습니다.
“개인 혹은 집단의 물질적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필요한 자원의 조달 및 분배 계획에 대한 계약의 체결과 집행을 구조화시켜주는 역할”
- 금융의 순기능의 대표적인 예로 모기지론을 들어볼 수 있습니다. 돈이 없는 사람이 구조화된 모기지론을 통해서 잉여 자본을 갖고 있는 사람의 자본을 빌려 집을 살 수 있습니다. 여기서 모기지론을 기획, 제작, 유통하는 모든 업자들을 금융업자라고 합니다.
- 또 다른 예는 “스트리미”입니다. VC와 Angel들에게 Equity를 팔 수 있는 제도와 시장이 있기에 우리는 꿈을 좇을 수 있습니다.
2. 어떠한 문제점이 혁신이 되어야 하는가?
위와 같이 경제 발전에 수많은 순기능을 했던 현재의 자본주의 금융 시스템에 대한 비판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이해하는 비판의 요체는 1) 금융 서비스의 폐쇄성(Closed-ness), 2)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킨 투기에 의한 시스템 취약성, 3)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이해관계(예, 세대 간, 지역 및 조직 간)의 불충분한 반영입니다. 그러면 위의 구조적 문제점을 실제 예를 들어서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금융 서비스의 폐쇄성(Closed-ness)
- 접근성의 제한
돈을 만드는 것도, 또 돈이 배분되는 것도 은행망과 자본가 네트워크로 대변되는 폐쇄적인 금융 인프라와 플랫폼에 의해 통제되기 때문에, 교과서에 나온 것과 같은 순수한 자본 수요와 생산성의 함수에 따라서 자본의 융통되는 것이 아닌, 시스템을 통제하는 소수와 가까운 순에 따라서 자본이 융통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IMF 사태를 전후하여 뉴스에 많이 등장한, 특정인들 간의 친분으로 자본이 배분되는 정실주의(Cronyism)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 국경의 제약
실제 거래에 참여하는 개인의 자유의지보다 해당 개인이 소속된 국가의 의지가 우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특정 정권이 자본의 흐름을 통제하는 사례는 수 없이 많으며 개인의 경제적 자유는 국경 안에 통제됩니다. 외환거래제한, 금융제재, 및 제3국 원조금에 대한 정부의 착복 등이 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2)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킨 투기성향에 좌우될 수 있는 금융 시스템
이 이야기를 했을 때 2008년 금융위기가 바로 떠오르셨을 것입니다. 케인즈가 이야기한 것처럼 시장의 가격 형성은 순수한 실물경제에 수급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자본시장 참여자 대다수들의 “예상치”에 의해서 가격이 형성됩니다. 기본적으로 미래 가격에 대한 인간의 판단은 틀릴 수 있으며, 여기에 실물경제의 수급과는 동떨어진, 대중의 시장심리를 맞추려는 합리적 투기자들이 주어진 유동성을 놓고 레버리지를 일으켜 실물경제와는 동떨어진 가격이 형성되고는 합니다. 시장 유동성이 풀리고 각종 파생상품이 등장한 최근 20년간 합리적 투기자들의 제로섬 게임이 반복되며 자산 가격 거품이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형성되어 왔고 또 터져왔습니다. 여기서 2008년에 드러난 현 금융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는 그 제로섬 게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금융기관이 지급불능 사태에 빠졌을 때에 전체적인 금융시스템이 마비되어 버리는 상황입니다. 시장 참여자가 큰 금융인프라의 한 부분이고 대안 자체가 없다 보니 중앙은행과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불능 사태를 해결해줄 수밖에 없었고 또 그 부담은 미래 세대에게 온전히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3)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이해관계(예, 세대 간, 지역 및 조직 간)의 불충분한 반영
채권, 주식, 파생상품 등 수많은 금융상품의 혁신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상호 호혜를 기반으로 하는 인간의 행태와 경제활동의 복잡성을 담아내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채권도 주식도 경제주체가 지속적으로 또 기하급수적으로 생산하고 소비하며 성장한다는 가정을 기반으로 돌아갑니다. 이로 인해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은 환경에 대한 현 금융시스템의 주요한 비판 주제이기도 합니다. 또한 금융 계약의 참여 주체의 현금 창출과 무관한, 하지만 공동에게는 이로운 행태에 대해서 보상을 하는 금융상품을 만들어서 운용하기에는 그 제반 비용이 과도하여 현실적으로 만들어서 유통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결국 위의 내용을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 금융시스템은 위계적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내부자”가 아닌 대중에게는 그 접근성이 떨어진다.
- 특정 소수가 금융상품의 가격 형성에 비대칭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그로 인하여 금융시스템에 문제가 생겼을 시 (그 대안이 존재하지 않기에) 그 비용은 그와 무관한 대중에 짊어질 수밖에 없다.
-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삶을 진정한 의미에서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방향으로 설계된 금융 상품의 다양성과 복잡성이 부족하다.
결국 일반 대중에게 폐쇄적인 플랫폼에서 “내부자”들이 좌지우지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금융시스템에 대한 일반 대중의 대안이 없다면 내부자들에게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3. 비트코인은 어떻게 혁신을 가져다주는 것인가?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이 활용되는 금융을 상상해 봅시다.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비트코인은 폐쇄적인 시스템에 “자유”와 “개방성”을 부여합니다.
- 적어도 Bitcoin 시스템은 특정 국가나 은행이 통제할 수 없고 계층구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내부자”에 의한 도덕적 해이는 성립할 수 없습니다.
- 국경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은행계좌가 없는 사람들도 인터넷만 사용할 수 있다면 금융의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국경의 제약이 없기 때문에 폭정을 일삼는 정부의 통제에서도 벗어날 수 있습니다.
- 비트코인 혹은 블록체인 기반 금융시스템은 기존 금융시스템의 대안을 제시합니다. 취약성이 발생되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또 성행할 수 있지만 적어도 전 세계 사람들에게 확산되기 쉬운 새로운 시스템이 빠르게 만들어질 수 있기에 금융시스템에 대한 견제재로서 기능할 수 있습니다.
- 개방형 블록체인의 규칙은 거기에 참여하는 대중이 정합니다. 그리고 투명하게 공표됩니다. 소수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형태로 시스템의 룰이 만들어진다면, 그 블록체인은 가치를 잃을 것입니다.
- 또한 스마트컨트랙트(Smart contract) 기술을 통하여 경제공동체의 니즈(Needs)를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한 금융 상품을 누구든 간편하게 인터넷에서 제3자의 중개 없이 유통시킬 수 있습니다.
설명은 길었지만, 결국 비트코인의 혁신은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민주적인 원칙을 금융시스템에 불어넣기”입니다. 민주주의가 꼭 더 나은 미래로 인류를 이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실제로 범죄자나 나쁜 의도를 가진 참여자들(Bad actor)을 통제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은 불안 요인이기도 합니다.
다음번 Update에서는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으로 대변되는 이 혁신이 사회에 어떠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그 과정에서 어떠한 저항들이 예상되는지? 그 맥락에서 스트리미라는 “좋은 혁신가들의 공동체”는 어떠한 전략적 원칙을 가져야 할지에 대해서 제 개인적 생각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준행 드림
[CEO Update]좋은 금융과 비트코인 (2/2) (0) | 2020.04.06 |
---|---|
코로나19 발 경제 충격과 블록체인 (0) | 2020.03.17 |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 (1) | 2020.03.16 |
[CEO Update]스트리미가 고수하는 기업 가치 (0) | 2020.03.04 |
GOPAX 블로그를 시작하며 (0) | 2020.02.27 |
댓글 영역